일본프로야구선수회가 정규시즌 개막을 늦추자고 얘기했다고 한다.
일본 언론은 16일자 보도에서 일본프로야구 선수회장인 아라이 다카히로(한신)가 일본야구조직(NPB) 실행 위원회에 개막을 연기하는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사실 이미 15일에 일본의 양대 리그(센트럴, 퍼시픽 리그) 12개 구단이 실행위원회를 열었으나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하고 분리개막을 하는 것처럼 결론이 나는 듯 했다.
이에 선수회는 요즘 계속되고 있는 일본의 지진피해와 여진이 계속되면서 전력부족에 따른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예정되어 있는 개막전을 치러야하는 지에 의문을 나타내며 특히 피해를 크게 본 라쿠텐 등의 예를 들며 이러한 상황에 선수들이 집중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실행위원회에서는 개막전 연기를 포함한 양대리그가 같이 리그를 시작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기로 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당연히 개막전을 연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사실 프로구단이라는 것이 스포츠를 매개로 하여 수익을 올리는 것이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일반 기업과 달리 스포츠관람자 및 참여자의 상황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단순한 인재(人災)가 아닌 천재지변에 의한 이번 일 같은 경우 전 일본이 들썩일정도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개막’이라는 타이틀을 강행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일부구단에서는 ‘이렇게 힘들 때일수록 야구를 통해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라며 개막전 강행에 대한 의견을 펼치고 있지만 그다지 설득력이 있어보이지는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한 지역에서의 재앙이 아닌 거의 일본 전체에 걸치고 있는, 게다가 엄청난 이재민과 사망자를 낸 이번 사건 같은 경우 야구를 강행하는 것보다는 피해복구에 조금 더 정성을 다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특히나 개막 강행을 요구하고 있는 팀들이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적은 지역을 연고로 하는 센트럴 리그쪽이다 보니 어쩐지 쓴 웃음이 지어지는 것은 그 속내야 알 수 없지만 남의 일로 쳐다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저 멀리 미국에서 1994년 8월부터 선수노조 파업으로 시작된 메이저리그는 그해 잔여경기가 모두 취소되고 결국 1995년 개막전까지 연기된 적이 있다. 물론 95년 4월 2일에 극적으로 타결되어 95년 경기가 시작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95년의 메이저리그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왜 이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그 이후의 얘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개막전 연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고 구단주나 선수노조의 팽팽한 줄다리기,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익 챙기기에 피해를 본 팬들이 냉랭하게 돌아서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그 때의 기억이 잊혀지고 다시 미국 최고 스포츠 중의 하나가 되었지만 당시 팬들의 외면은 그야말로 냉담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팬들을 무시하는 경우는 프로스포츠를 하는 구단이나 선수나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일 것이다.
이번 일본의 개막전이 과연 어떻게 결론이 날지 궁금하다. 개막전의 강행으로 ‘야구를 통해서 국민에게 희망을 준다’라는 쪽이거나 개막전 연기로 피해복구쪽에 우선을 두자는 쪽이거나, 결국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일본국민이면서 팬이기도 한 사람들을 위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 좋겠다. 그래서 스포츠의 진정한 힘을 이번에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사실 개막전을 강행하자는 쪽의 의견도 틀린 의견은 아니기에 논란이 되고 있겠지만 말뿐이 아닌, 진정 올 한해는 야구를 통해 시름에 빠진 일본 국민들이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실어주는 경기와 활동들을 많이 하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설마 시즌 개막이 미뤄지는 일은 없겠지?....